『삶과문화』Vol.84 제주4·3 75주년 제 30회 4·3미술제
- No
- 15
- 작성자
- 경영기획실
- 작성일
- 2023-12-29 16:45:28
- 조회수
- 80
본 내용은 재단 기관지 삶과 문화 겨울호에 게재됐습니다.
삶과 문화 겨울호(제84호)는 재단 홈페이지, 제주문화포털 제주인놀다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며,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공간 이아, 산지천갤러리 방문 시 무료로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
" 기억의 파수, 경계의 호위 "
글 최지형(본지 편집위원)
4·3미술제가 30년을 맞이했다. 한 세대가 흘러갔다.
지난 시간 작가들은 붓과 물감을 무기 삼아 기억, 투쟁, 저항, 해원, 상생, 공동체 등등의 의제로 4·3을 굳건히 지켜낸 파수병이었다.
‘파수’는 ‘경계하여 지킴’을 뜻한다. 지금과 달리 여전히 냉혹한 시절에 금기를 깨는 작업은 단순한 의무감과 용기만으로는 다가설 수 없다.
역사적 자각과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이 개별적 예술가를 넘어 시대의 파수병 역할을 맡아 했음을 감히 짐작해 본다. 그들은 때로는 호기롭게
때로는 애틋하게 반역의 세월동안 메마른 산정에서 흩뿌려진 기억의 뼈와 피를 골라내고 거 두어 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들이 지켜낸 가치는 4·3미술의 굵은 뿌리가 되었고 4·3미술의 역사를 만들었다.
이제 30년 간의 긴 여정을 갈무리하며, 4·3미술과 한 세대를 함께 보낸 작가들의 지난한 수고의 보따리를 풀어내보자
기억의 파수전은 작품의 주제별로 ‘먼저 꾸었던 꿈: 기억’, ‘봉인된 섬: 저항’, ‘다시 맞은 봄: 공동체’의 3개 섹션으로 공간이 배치되었다.
초기 4·3미술제 작품부터, 최근의 작품까지 4·3미술제의 백미라 부를 만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경계의 호위전은 제주는 물론, 전국 및 해외작가들까지 참여한 전시로 기억의 확장이라는 취지를 내걸었다.
‘경계의 호위’는 당대적인 가치와 상상력을 지켜낸다. 나아가 연대와 평화, 인권, 환경등
4·3정신을 계승한 확장된 주제를 통해 4·3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시사한다.
즉 여러 난 제가 산적한 세계의 경계에서 동시대적 가치와 미래의 가치를 곁에서
보호하고 지키는 주제의식을 통한 사회운동으로서 4·3미술의 확장을 제시한다.
경계의 호위전은 두 개의 파트로 나누어 전시되었는데, 예술공간 이아와 포지션민에서는 1부전을, 산지천갤러리에서는 2부전을 전시했다.
1부전은 평화, 인권, 공동체, 환경 등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는 4·3정신 의 계승과 확장의 현장을 살펴볼 수 있는 국내외 50여 명의 작가들이,
4·3미술이 어떻게 당대적인 가치와 상상력을 키워 내고, 저항의 역사를 간직한 다른 지역,
국가의 예술가들과 연대하여 국제 평화 예술운동의 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살펴보는 전시였다.
2부전은 전국 5개 지역의 예술가 프로젝트 그룹을 초청한 전시였는데,
경기는 “비(悲)옥한 땅에 핀 꽃”, 전주는 “가장자리”, 광주는 “May Day in Jeju”,
대구는 “섬(Island)과 섬 (Island), 경계의 연대”, 부산은 “땅”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 전시들은 근대국가 수립 전후 흩어진 기억들을 모아 분단체제의 공고함에 의문을 던지고,
평 화체제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예술적 실험을 모색하는 이들의 예술적 실험을 보여 주었다.
이를 통해 4·3의 기억과 공명을 시도함으로써 포기할 수 없었던 저항의식을 확인하고,
자주성과 상호공존 의 조건들을 탐색하며 현장의 예술적 언어로 재해석함으로써
평화체제의 보편성과 구체성을 제시 하고자 했던 것이다. 강요배 화백은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4·3미술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필요하다면서 다음과 같이 얘기했는데,
30회의 4·3미술제를 바라보면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동참한 예술가의 기여 담론을 넘어
예술로서의 4·3미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환기하기에 충분한 언급이었다.
“우리가 이제 평화, 인권, 진실 이러한 거창한 사회적 목적보다 예술적 성취 그러니까
우리는 예술가로서 어떠한 새로운 예술을 했는가. 한 개인이 미술가로서 이 사회적 주제를 어떻게 다뤘는가.
그리고, 그런 과정 중에서 다른 사적 표현의 영역에서도 어떤 영향력이 있었는가.
그리고 어떤 억압에서 화가 개개인이 어떻게 스스로를 해방시켜 나갔는가......
좋은 예술이 돼 야만이 결국 앞에서 말한 사회적 기여를 하는 위치가 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4·3미술은 제주의 역사가 배태한 미술이다.
그것이 공동체 기억이든, 해마다 정기적으로 올리는 예술제의든 간에
제주 미술사상 지역의 역사 속에 탄생한 미술의 일단인 것은 사실이다.
적어도 제주 미술이 스스로의 역사 속에서 자신의 미술사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 한국 미술사상 한국미술의 영역을 확장한 예술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 이다.
30회의 4·3미술을 넘어, 그 4·3미술이 어디까지 진화하고 확장하는지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삶과 문화 겨울호(제84호)는 재단 홈페이지, 제주문화포털 제주인놀다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며,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공간 이아, 산지천갤러리 방문 시 무료로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
" 기억의 파수, 경계의 호위 "
글 최지형(본지 편집위원)
4·3미술제가 30년을 맞이했다. 한 세대가 흘러갔다.
지난 시간 작가들은 붓과 물감을 무기 삼아 기억, 투쟁, 저항, 해원, 상생, 공동체 등등의 의제로 4·3을 굳건히 지켜낸 파수병이었다.
‘파수’는 ‘경계하여 지킴’을 뜻한다. 지금과 달리 여전히 냉혹한 시절에 금기를 깨는 작업은 단순한 의무감과 용기만으로는 다가설 수 없다.
역사적 자각과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이 개별적 예술가를 넘어 시대의 파수병 역할을 맡아 했음을 감히 짐작해 본다. 그들은 때로는 호기롭게
때로는 애틋하게 반역의 세월동안 메마른 산정에서 흩뿌려진 기억의 뼈와 피를 골라내고 거 두어 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들이 지켜낸 가치는 4·3미술의 굵은 뿌리가 되었고 4·3미술의 역사를 만들었다.
이제 30년 간의 긴 여정을 갈무리하며, 4·3미술과 한 세대를 함께 보낸 작가들의 지난한 수고의 보따리를 풀어내보자
기억의 파수전은 작품의 주제별로 ‘먼저 꾸었던 꿈: 기억’, ‘봉인된 섬: 저항’, ‘다시 맞은 봄: 공동체’의 3개 섹션으로 공간이 배치되었다.
초기 4·3미술제 작품부터, 최근의 작품까지 4·3미술제의 백미라 부를 만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경계의 호위전은 제주는 물론, 전국 및 해외작가들까지 참여한 전시로 기억의 확장이라는 취지를 내걸었다.
‘경계의 호위’는 당대적인 가치와 상상력을 지켜낸다. 나아가 연대와 평화, 인권, 환경등
4·3정신을 계승한 확장된 주제를 통해 4·3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시사한다.
즉 여러 난 제가 산적한 세계의 경계에서 동시대적 가치와 미래의 가치를 곁에서
보호하고 지키는 주제의식을 통한 사회운동으로서 4·3미술의 확장을 제시한다.
경계의 호위전은 두 개의 파트로 나누어 전시되었는데, 예술공간 이아와 포지션민에서는 1부전을, 산지천갤러리에서는 2부전을 전시했다.
1부전은 평화, 인권, 공동체, 환경 등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는 4·3정신 의 계승과 확장의 현장을 살펴볼 수 있는 국내외 50여 명의 작가들이,
4·3미술이 어떻게 당대적인 가치와 상상력을 키워 내고, 저항의 역사를 간직한 다른 지역,
국가의 예술가들과 연대하여 국제 평화 예술운동의 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살펴보는 전시였다.
2부전은 전국 5개 지역의 예술가 프로젝트 그룹을 초청한 전시였는데,
경기는 “비(悲)옥한 땅에 핀 꽃”, 전주는 “가장자리”, 광주는 “May Day in Jeju”,
대구는 “섬(Island)과 섬 (Island), 경계의 연대”, 부산은 “땅”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 전시들은 근대국가 수립 전후 흩어진 기억들을 모아 분단체제의 공고함에 의문을 던지고,
평 화체제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예술적 실험을 모색하는 이들의 예술적 실험을 보여 주었다.
이를 통해 4·3의 기억과 공명을 시도함으로써 포기할 수 없었던 저항의식을 확인하고,
자주성과 상호공존 의 조건들을 탐색하며 현장의 예술적 언어로 재해석함으로써
평화체제의 보편성과 구체성을 제시 하고자 했던 것이다. 강요배 화백은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4·3미술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필요하다면서 다음과 같이 얘기했는데,
30회의 4·3미술제를 바라보면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동참한 예술가의 기여 담론을 넘어
예술로서의 4·3미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환기하기에 충분한 언급이었다.
“우리가 이제 평화, 인권, 진실 이러한 거창한 사회적 목적보다 예술적 성취 그러니까
우리는 예술가로서 어떠한 새로운 예술을 했는가. 한 개인이 미술가로서 이 사회적 주제를 어떻게 다뤘는가.
그리고, 그런 과정 중에서 다른 사적 표현의 영역에서도 어떤 영향력이 있었는가.
그리고 어떤 억압에서 화가 개개인이 어떻게 스스로를 해방시켜 나갔는가......
좋은 예술이 돼 야만이 결국 앞에서 말한 사회적 기여를 하는 위치가 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4·3미술은 제주의 역사가 배태한 미술이다.
그것이 공동체 기억이든, 해마다 정기적으로 올리는 예술제의든 간에
제주 미술사상 지역의 역사 속에 탄생한 미술의 일단인 것은 사실이다.
적어도 제주 미술이 스스로의 역사 속에서 자신의 미술사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 한국 미술사상 한국미술의 영역을 확장한 예술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 이다.
30회의 4·3미술을 넘어, 그 4·3미술이 어디까지 진화하고 확장하는지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