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Vol.84 22년만에 섬으로 찾아 온 연극축제, 제주에 무엇을 남겼나
- No
- 16
- 작성자
- 경영기획실
- 작성일
- 2023-12-29 16:46:06
- 조회수
- 76
본 내용은 재단 기관지 삶과 문화 겨울호에 게재됐습니다.
삶과 문화 겨울호(제84호)는 재단 홈페이지, 제주문화포털 제주인놀다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며,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공간 이아, 산지천갤러리 방문 시 무료로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
" 22년 만에 섬으로 찾아온 연극 축제 제주에 무엇을 남겼나 "
글 한형진(<제주의소리> 문화부 기자)
바야흐로 도파민(Dopamine) 중독의 시대다.
한 손에 들어오는 스마트폰에 온라인 네트워크만 연결돼 있다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흥분을 전달하는
이 신경 전달 물질에 푹 절여질 수 있다.분 단위도 고사하고 초 단위까지로 줄어든 영상은, 빠르게 변화하는
기획·촬영·편집 기술이 더해져 개개인의 시간과 정신을 잠식한다. 근 한 세기를 점령해왔던 텔레비전을 비롯해
영화, 라디오, 책은 어떠한가. 일명 ‘기성 미디어’들의 모든 기능은 작은 전자기기에 맞게 변형·흡수된 상태다.
어떤 매체보다 손쉽게 자극적으로 도파민을 이끌어낼 수 있는 도구는 하루 중 상당 시간,
어쩌면 거의 모든 시간 동안 전 세계인들 의 손에 쥐어져 있다. 지금이야 ‘모바일+온라인’이 없었던 시절을
경험한 세대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반세기 가량 흐른 뒤를 상상해본다면 어떨까.
여러 면에서 지금의 ‘당연’, ‘보통’의 개념 이 많이 달라지리라 예상한다. 누구나 손쉽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환경에 덧붙여,
AI(인공지능)의 발전은 오늘 날 순수예술의 입지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빼어난 상상력과 정교함에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AI 그림,
먼 나라 뮤지션 목소리로 부르는 한국가요를 창작해버리는 AI 음악 등 그 수준은 호기심을 넘어선 ‘AI 예술’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연극 예술은 고대 그리스 시대, 원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유구한 역사를 지닌다고 평가 받는다.
오랜 세월, 당시 사람들에게 연극은 도파민을 생성해내는 ‘유튜브’였고 ‘틱톡’이었을 것이다.
다만, 그런 위상은 영상 시대부터 점차 축소되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와 짧은 분량으로 무장한
'모바일+온라인’ 시대에는 위기감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자타공인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국립극 단도 공연 영상을 유료로 판매하는 온라인 극장을 열고, 쇼츠(shorts) 영상을 만들어 신작을 알리는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연극 예술은 ‘현장성’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장르가 아닐까 싶다.
여기서 말하는 현장성 이라 함은 창작의 결과물과 향유자가 만나는 지점이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는 직접적인 상태를 뜻한다.
물론 모든 예술은 현장에서 오감으로 마주하는 순간이 가장 큰 감흥을 일으킨다. 동시에 음악·무용· 미술 등
많은 예술에 현장성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이 입혀졌다. 그러나 배우의 숨소리마저 느껴지는
감각, 무대·조명·음향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질감 등 연극만 의 현장성은 여전히 적정한 기술로 대체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비대면을 강요받은 초유의 코로나19 유행 에서 연극을 비롯한 무대 예술이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한 이유다.
손가락 몇 번을 움직이면 흥미를 끄는 콘텐츠가 끝 도 없이 쏟아지고, 한 달에 1만원 이하만 부담하면
고전부터 현대까지 훌륭한 영상물을 무제한으로 관람할 수 있다. 즐기는 장소 역시 사실상 제약 없이 가능하다.
예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에 가까운 향유가 가능 한 2023년에 과연 우리들이 ‘연극 예술’을 봐야 하는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단비 같은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
지난 6월 15일부터 7월 3일까지 제주에서는 특별 한 연극 행사가 열렸다.
전국 15개 지역을 대표하는 극단들이 제주에 모였고, 젊은 연극인들은 소극장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담은 작품을 소개했으며, 비교적 작은 규모의 공연들도 제주 곳곳에서 열렸다.
바로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다.
사단법인 한국연극협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연극제는
전국 예선전과 본선을 포함한 규모와 소요되는 예산 등을 감 안하면 국내 최대 연극 행사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 일 동안 제주에서는 개막 공연, 본선 경연, 부대 공연 등 모두 40여편의 공연이 펼쳐졌다.
제주에서 다수의 연극을 올리는 자리는 대한민국연 극제 예선전을 비롯해 제주연극협회가 주관하는
‘소 극장 연극축제’, ‘제주 더불어 놀다 연극제’ 정도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제주 밖 초청이 제한돼, 한동안 제주 극단 자체 행사로 치러졌다.
이런 와중에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는 연 극에 목마른 도민들에게 단비와 같은 기회였다.
극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간에서 극예술을 접하는 양적 확대, 덧붙여 관객과 제주 극예술 창작자 모두에게
깊은 인상과 자극을 남기는 질적인 기회. 여러모로 ‘연극 예술’이 제주에서 이어가기위한 과제를 남겼다.
제주 연극이 배울 점, 제주 연극의 성과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에서 제주 연극계는 배울 점이 크다고 봐야겠으나, 성과도 존재한다.
바로 네트 워킹 페스티벌에 참여한 제주극단 예술공간 오이가 최고 상(작품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네트워킹 페스티벌은 전국에서 모인 5개 극단 이 시간을 공유하고 각자의 작품을 관람하면서
최고상 을 직접 투표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동료들이 인정 했다는 점에서 예술공간 오이의 성과는 더욱 값지다.
예술공간 오이는 기존에 발표했던 4·3 연극 「낭땡이 로 확 쳐불구정 허다」를 각색해 선보였다.
제주어와 4·3이란 제주의 역사를 찬찬히 이해시키는 접근부터, 디지털 기기를 작품에 적극 녹여내고 전시 방식도 도 입하는 등,
초연을 수정·보완하면서 타 지역 연극인들 에게 인상을 남겼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예술공간 오이는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연극제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1992년(제10회), 2001년(제19회)에 이어 22년 만에 열린 전국 행사를 제주 연극인들이 준비하는 과정 또한 큰 경험이었다.
이번에 실무 책임자 격인 행정경영감독 을 맡은 김석범 감독은 1992년 제10회 때 간사로,
2001년 제19회 때는 팀장으로 참여한 바 있다. 김석범 감독이 오래전 일선에서 뛰었듯이,
후배 연극인들은 제41회 대회 준비 과정 곳곳에 포진해 제 역할을 맡았다.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는 본선 경연장을 세 곳으로 분리했다. 제주문예회관, 제주아트센 터, 그리고 블랙박스 공연장 비인이다.
이 중에서 비인은 이번 기회를 통해 전국 연극인들에게 빼어 난 시설 수준을 각인시켰다.
흥미롭게도 본선 1위와 2위 모두 비인에서 공연했다. 프로덕션IDA와 부산연극제작소 동녘 모두 비인의 시설을 두고
“지금껏 경험한 공연장 가운데 손에 꼽을 만큼 우수 하다”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대한민국연극제, 전국연극제, 제주연극제, 제주 더불어 놀다 연극제, 소극장 연극축제의 역대 자료집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게 정리한 대한민국연극제 아카이브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도 주목할 만큼 유의미한 작업으로 평가받았다.
루마니아 초청 공연에 투입된 자원과 기회비용, 평가가 엇갈리는 국제포럼,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개막작 「치마돌격대」 등은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삶과 문화 겨울호(제84호)는 재단 홈페이지, 제주문화포털 제주인놀다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며,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공간 이아, 산지천갤러리 방문 시 무료로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
" 22년 만에 섬으로 찾아온 연극 축제 제주에 무엇을 남겼나 "
글 한형진(<제주의소리> 문화부 기자)
바야흐로 도파민(Dopamine) 중독의 시대다.
한 손에 들어오는 스마트폰에 온라인 네트워크만 연결돼 있다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흥분을 전달하는
이 신경 전달 물질에 푹 절여질 수 있다.분 단위도 고사하고 초 단위까지로 줄어든 영상은, 빠르게 변화하는
기획·촬영·편집 기술이 더해져 개개인의 시간과 정신을 잠식한다. 근 한 세기를 점령해왔던 텔레비전을 비롯해
영화, 라디오, 책은 어떠한가. 일명 ‘기성 미디어’들의 모든 기능은 작은 전자기기에 맞게 변형·흡수된 상태다.
어떤 매체보다 손쉽게 자극적으로 도파민을 이끌어낼 수 있는 도구는 하루 중 상당 시간,
어쩌면 거의 모든 시간 동안 전 세계인들 의 손에 쥐어져 있다. 지금이야 ‘모바일+온라인’이 없었던 시절을
경험한 세대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반세기 가량 흐른 뒤를 상상해본다면 어떨까.
여러 면에서 지금의 ‘당연’, ‘보통’의 개념 이 많이 달라지리라 예상한다. 누구나 손쉽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환경에 덧붙여,
AI(인공지능)의 발전은 오늘 날 순수예술의 입지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빼어난 상상력과 정교함에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AI 그림,
먼 나라 뮤지션 목소리로 부르는 한국가요를 창작해버리는 AI 음악 등 그 수준은 호기심을 넘어선 ‘AI 예술’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연극 예술은 고대 그리스 시대, 원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유구한 역사를 지닌다고 평가 받는다.
오랜 세월, 당시 사람들에게 연극은 도파민을 생성해내는 ‘유튜브’였고 ‘틱톡’이었을 것이다.
다만, 그런 위상은 영상 시대부터 점차 축소되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와 짧은 분량으로 무장한
'모바일+온라인’ 시대에는 위기감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자타공인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국립극 단도 공연 영상을 유료로 판매하는 온라인 극장을 열고, 쇼츠(shorts) 영상을 만들어 신작을 알리는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연극 예술은 ‘현장성’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장르가 아닐까 싶다.
여기서 말하는 현장성 이라 함은 창작의 결과물과 향유자가 만나는 지점이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는 직접적인 상태를 뜻한다.
물론 모든 예술은 현장에서 오감으로 마주하는 순간이 가장 큰 감흥을 일으킨다. 동시에 음악·무용· 미술 등
많은 예술에 현장성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이 입혀졌다. 그러나 배우의 숨소리마저 느껴지는
감각, 무대·조명·음향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질감 등 연극만 의 현장성은 여전히 적정한 기술로 대체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비대면을 강요받은 초유의 코로나19 유행 에서 연극을 비롯한 무대 예술이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한 이유다.
손가락 몇 번을 움직이면 흥미를 끄는 콘텐츠가 끝 도 없이 쏟아지고, 한 달에 1만원 이하만 부담하면
고전부터 현대까지 훌륭한 영상물을 무제한으로 관람할 수 있다. 즐기는 장소 역시 사실상 제약 없이 가능하다.
예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에 가까운 향유가 가능 한 2023년에 과연 우리들이 ‘연극 예술’을 봐야 하는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단비 같은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
지난 6월 15일부터 7월 3일까지 제주에서는 특별 한 연극 행사가 열렸다.
전국 15개 지역을 대표하는 극단들이 제주에 모였고, 젊은 연극인들은 소극장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담은 작품을 소개했으며, 비교적 작은 규모의 공연들도 제주 곳곳에서 열렸다.
바로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다.
사단법인 한국연극협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연극제는
전국 예선전과 본선을 포함한 규모와 소요되는 예산 등을 감 안하면 국내 최대 연극 행사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 일 동안 제주에서는 개막 공연, 본선 경연, 부대 공연 등 모두 40여편의 공연이 펼쳐졌다.
제주에서 다수의 연극을 올리는 자리는 대한민국연 극제 예선전을 비롯해 제주연극협회가 주관하는
‘소 극장 연극축제’, ‘제주 더불어 놀다 연극제’ 정도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제주 밖 초청이 제한돼, 한동안 제주 극단 자체 행사로 치러졌다.
이런 와중에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는 연 극에 목마른 도민들에게 단비와 같은 기회였다.
극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간에서 극예술을 접하는 양적 확대, 덧붙여 관객과 제주 극예술 창작자 모두에게
깊은 인상과 자극을 남기는 질적인 기회. 여러모로 ‘연극 예술’이 제주에서 이어가기위한 과제를 남겼다.
제주 연극이 배울 점, 제주 연극의 성과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에서 제주 연극계는 배울 점이 크다고 봐야겠으나, 성과도 존재한다.
바로 네트 워킹 페스티벌에 참여한 제주극단 예술공간 오이가 최고 상(작품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네트워킹 페스티벌은 전국에서 모인 5개 극단 이 시간을 공유하고 각자의 작품을 관람하면서
최고상 을 직접 투표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동료들이 인정 했다는 점에서 예술공간 오이의 성과는 더욱 값지다.
예술공간 오이는 기존에 발표했던 4·3 연극 「낭땡이 로 확 쳐불구정 허다」를 각색해 선보였다.
제주어와 4·3이란 제주의 역사를 찬찬히 이해시키는 접근부터, 디지털 기기를 작품에 적극 녹여내고 전시 방식도 도 입하는 등,
초연을 수정·보완하면서 타 지역 연극인들 에게 인상을 남겼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예술공간 오이는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연극제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1992년(제10회), 2001년(제19회)에 이어 22년 만에 열린 전국 행사를 제주 연극인들이 준비하는 과정 또한 큰 경험이었다.
이번에 실무 책임자 격인 행정경영감독 을 맡은 김석범 감독은 1992년 제10회 때 간사로,
2001년 제19회 때는 팀장으로 참여한 바 있다. 김석범 감독이 오래전 일선에서 뛰었듯이,
후배 연극인들은 제41회 대회 준비 과정 곳곳에 포진해 제 역할을 맡았다.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는 본선 경연장을 세 곳으로 분리했다. 제주문예회관, 제주아트센 터, 그리고 블랙박스 공연장 비인이다.
이 중에서 비인은 이번 기회를 통해 전국 연극인들에게 빼어 난 시설 수준을 각인시켰다.
흥미롭게도 본선 1위와 2위 모두 비인에서 공연했다. 프로덕션IDA와 부산연극제작소 동녘 모두 비인의 시설을 두고
“지금껏 경험한 공연장 가운데 손에 꼽을 만큼 우수 하다”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대한민국연극제, 전국연극제, 제주연극제, 제주 더불어 놀다 연극제, 소극장 연극축제의 역대 자료집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게 정리한 대한민국연극제 아카이브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도 주목할 만큼 유의미한 작업으로 평가받았다.
루마니아 초청 공연에 투입된 자원과 기회비용, 평가가 엇갈리는 국제포럼,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개막작 「치마돌격대」 등은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